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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여성의 생활/건강한삶

어머!! 내가 갱년기 인가??? 3탄

by 미모설계소장 2025.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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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그 시작

수원 구도심의 아파트. 볕이 잘 들지 않는 9층 베란다에서, 강은영은 매일 아침 커튼을 밀치며 천천히 하늘을 바라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하늘조차 그녀에게 아무 위로도 되지 않았다. 흰 구름, 맑은 햇살, 바람에 흔들리는 빨랫줄. 모든 것이 움직이는데, 자신만 멈춰 있는 느낌이었다.

 

감춰진 고통의 시간

“은영아, 오늘은 뭐해?”

어느 날 이른 오후, 동네 친구인 미정이 전화를 걸어왔다. 수화기 너머의 밝은 목소리가 순간 귀에 거슬렸다. 그녀는 습관적으로 핑계를 댔다. “나… 좀 누워 있었어. 감기기운이 있는 것 같아서.”

 

하지만 감기기운은 없었다. 진짜는 말하지 못했다. 사실은 눈을 뜨기도 싫었고, 누구 얼굴도 보고 싶지 않았다. 하루종일 입을 열지 않다 보니 목소리조차 갈라졌다.

딸아이의 따뜻한 시선

며칠 전, 딸아이가 말했다. “엄마, 오늘 또 아무 말도 안 했지?”

 

순간 숨이 멎는 기분이었다. 나조차 눈치 채지 못했던 내 침묵을 아이가 알아챘다는 사실이. 대답 대신 은영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엄마가 좀 조용하지.”

 

딸은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옆에 앉았다. “엄마, 혹시… 갱년기야?”

 

그 질문에 은영은 이상하게도 울컥했다. 감정이 치밀었다. 뭔가를 잡고 있던 끈이 툭 끊어진 듯했다.

“그래… 그런가봐. 아무것도 하기 싫고, 괜히 화나고, 눈물이 나고…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아.”

 

그 말을 꺼낸 건 처음이었다. 입 밖으로 내자마자 마음속 무게가 조금은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딸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엄마가 이상한 게 아니고, 엄마가 힘든 거야.”

 

그날 밤 은영은 오랜만에 잠이 들었다. 깊게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중간에 몇 번 깨어나지 않은 밤이었다.

갱년기, 그 이름이 던진 충격

 

그녀가 처음으로 ‘갱년기’라는 단어를 검색한 건 그 다음날이었다. 포털창에 ‘갱년기 증상’이라 치자 수없이 많은 블로그 글, 의학 기사, 여성 커뮤니티 글들이 쏟아졌다. 마치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세상 어딘가에 숨어 있었다는 것만으로 조금 안심이 됐다.

 

하지만 그날, 진짜 충격은 남편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영은 된장찌개에 멸치가 너무 많이 들어갔다며 짜증을 냈고, 남편은 갑자기 수저를 탁 내려놓고는 말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 말도 안 하고 화만 내고, 애들 눈치도 못 챌 줄 알아? 나도 힘들어.”

 

순간, 식탁 위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아이들이 조용히 방으로 들어갔고, 은영은 그대로 부엌에 주저앉았다. '내가 이 가족의 균형을 깨트리고 있구나' 하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날 밤, 남편은 거실에서 잠을 잤다.

예기치 못한 감정의 폭발

며칠 뒤 마트에서는 사소한 사고가 있었다.

계산대 앞에서 지갑을 꺼내다 손에 들고 있던 달걀이 바닥에 떨어졌고, 순간 은영은 직원에게 버럭 화를 냈다. "이렇게 좁게 해놓으면 어쩌란 거예요? 다 쏟아졌잖아요!"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고, 직원은 당황한 표정으로 닦으러 다가왔다.

 

은영은 갑자기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져 뛰다시피 마트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은 친구 아이 생일파티에서 벌어졌다. 모처럼 꾸미고 참석한 자리에서, 한 친구가 무심코 말했다. “은영아, 요즘 왜 이렇게 까칠해졌어? 예전엔 안 그랬잖아.” 그 말 한마디에 은영은 끝내 웃지 못했다.

 

케이크 초에 불이 꺼질 때까지,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다가 조용히 자리를 떴다.

그날 밤, 은영은 욕실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나… 정말 무너지고 있구나.” 혼잣말이 흘러나왔다.

요가, 새로운 숨통

 

며칠 뒤, 우연히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이웃 박 선영 씨가 말을 걸었다.

“은영 씨, 요즘 안 보이시더라고요. 어디 편찮으세요?”

 

그 말에 은영은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냥… 좀 조용히 지냈어요.”

 

“그런 날도 있죠. 저도 작년쯤 그랬거든요. 근데, 혹시… 요가 다니실래요? 제가 요즘 다니는 데 수업 괜찮아요.”

그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별것 아닌 말이었지만, 이상하게 마음 한 구석에 남았다. 그렇게 그녀는 3일 뒤 요가복을 챙겨 집을 나섰다.

 

 

첫 수업은 어색하고 낯설었다. 몸은 뻣뻣했고, 호흡은 흐트러졌으며, 마음은 복잡했다. 그런데 수업이 끝난 뒤, 한참을 눕는 ‘셔바사나’ 자세에서 이상하게 눈물이 흘렀다.

조용히, 천천히, 이유도 모르게. 강사도 아무 말 없이 은영의 곁에 수건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그날 집에 돌아와 딸이 물었다.

“엄마, 다녀왔어? 어땠어?”

은영은 웃으며 말했다. “숨 쉴 수 있었어. 그거면 된 거지 뭐.”

조금씩 찾아온 변화

시간은 흘렀고, 요가 수업은 은영의 주간 루틴이 되었다. 혼자 카페에 앉아 책을 읽기도 했고, 꽃집에 들러 작은 화분을 하나 사서 부엌 창가에 놓기도 했다.

큰 변화는 없었다.

 

여전히 감정 기복은 있었고, 가끔 눈물도 났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자신을 집어삼키지 않았다.

어느 날 거울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구나.”

갱년기를 넘어, 삶의 새로운 시작

갱년기는 은영에게 ‘여자’로서의 마지막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다시 시작하는 과정이었다.

군가의 조언, 가족의 손길, 우연한 대화 한 줄이 한 사람을 구할 수도 있다는 걸 그녀는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리고 이제는, 누군가가 조용히 물어온다면 말해줄 수 있

“괜찮아. 진짜야. 넌 이상한 게 아니야. 이건 그냥… 지나가는 중이야. 조금 오래 걸릴 뿐.”